샬롯 갱스부르의 감성 스캔: IRM

샬롯에게 큰 사고가 있었다. 2007년 9월 5일 그녀는 쓰러져 병원에 후송된다. 뇌출혈이었다.
원인은 몇 주전 떠난 미국 여행에서 수상스키를 타다가 넘어졌던 게 원인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다시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말 패션 잡지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고, Because 레이블을 통해 새 음반(12월 7일)을 발표하기 까지 한다.


200px-Charlotte_Gainsbourg_-_IRM

IRM
Charlotte Gainsbourg
With Beck
2009.12.7
BECAUSE

최근에 정다운 악마 나니씨가 몸상태가 심각해 한약 처방은 물론, 병원에 가서 상담까지 받았다. 그런데 간단할 줄 알았던 진단이 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MRI 검사를 권했다고 한다. 그 말 들으니 왠지 모르게 맘에 구름이 끼었다. 본인 자신도 약간 긴장했고 주변 친구들도 잠시 걱정을 했더랬다.

본인 말로는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 때문에 MRI검사가 처음이 아닌 세번째가 되지만  몸을 스캔하는 과정이 영 꺼려진다고 우울해 했다. 예상대로 검사 결과는 ‘깨끗하다’였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 의사가 그가 지구인이 아니었음을 밝혀내지 못한  대목이다. 그는 분명 일반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뇌 구조를 지녔을 텐데… 아무 말도 없었다니…

MRI도 진실은 밝혀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왜 친구의 MRI검사를 여기서 꺼내냐 하면, 이 앨범의 제목이 IRM, 프랑스어로 MRI이기 때문이다. 샬롯이 뇌수술을 받고 MRI 검사를 받으며 느낀 감정이 이 앨범의 영감으로 작용했다. 낯선 환경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그녀의 몸을 스캔하는 기계의 소음과 진동이 그녀를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 놓았나 보다.  그 때의 느낌과 기억은 앨범의 타이틀이 됐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 앨범의 특징은 Beck의 프로듀싱이다. Beck Hansen이 프로듀싱은 물론 작곡까지 담당하며 새로운 색채를 더했다. Beck은 그의 인맥(뛰어난 연주자들)까지 동원해 곡마다 반주를 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우선 그들이 확실히 밀고 있는 “Heaven Can Wait“은 이지 리스닝 곡처럼 편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원했을 묘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그 다음 인상은  “Master’s Hands‘와 ‘IRM’의 단순하고 건조한 비트감 속에 긴장감과 ‘La Chat du Cafe des Artistes’의 비극적 분위기, “In The End”와 “Vanities“의 촉촉한 우수, “Greenwich Mean Time”의 투명하고 적당한 퇴폐미 등이 잘게 썬 바게트 위에  딸기잼처럼 고루 발라져 있다. 그 빵을 다 섭치한 소감은 처음 깨물었을 때 맛과 향이 부드럽고 상큼한 편이지만 씹을 수록 씁쓸한 맛이 배어 나온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이전 앨범보다 덜 어둡다는 인상이다. 가볍게 노래하는 가운데 비교적 발랄한 리듬감을 타고 있다.  하지만 가사 안에 불길한 이야기 혹은 수식을 담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멜랑콜리한 정서는 빠지지 않는다. 샬롯 아닌가?


[picappgallerysingle id="698655"]


Wear The Trouser 라는 잡지의 필자 Dalia Wolfson 은 이 앨범에 대해 두 가지 아쉬움을 토로한다.

첫째는, 그녀가 ‘여전히 그녀의 부모인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의 발자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녀만의 스타일을 이 앨범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과거의 잔영들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의 프로듀싱이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벡이 가진 미덕, 팝아트가 연상되며 완곡하고 아이러니한 가사와 포스트모던적인 음악 편곡 방식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벡이 그녀를 위해 만든 앨범이라 고백했어도, Dalia Wolfson는 벡이 개성을 발휘할 여유를 주지 않고 ‘샬롯이 그의 옆에 앉아 담배 연기를 우아하게 피우며” 일일이 그 과정을 지켜본 게 아닌가, 하는 상상까지 해본다.

앨범은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벡과의 공동작업은 ‘싱글 앨범으로는 좋은 결과물을 도출 했을지 몰라도 앨범 전체 작업으로는 아쉬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아무튼 샬롯은 건강해져 이전보다 더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미흡할지 몰라도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꽤하고 있다.
발매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따땃한 음반이다.


  1. Master’s Hands
  2. IRM
  3. Le Chat du Café des Artistes
  4. In the End
  5. Heaven Can Wait
  6. Me and Jane Doe
  7. Vanities
  8. Time of the Assassins
  9. Trick Pony
  10. Greenwich Mean Time
  11. Dandelion
  12. Voyage
  13. La Collectionneuse


Heaven Can Wait 감상하기


  • 히치윈드 사이트가 맘에 드셨다면 화면 아래에 rss 구독을 희망해봅니다. 창의성과 절망, 꾸밈 없는 멜랑콜리, 부드럽고 날선 위트가 세상을 바꿀 것을 믿으며~

posted by Plin
  • RSS
  • Google Bookmarks
  • Twitter
  • Facebook
  • MySpace
  • Digg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