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엔의 건조와 우수: 샬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우수, 건조, 이나영, 홍대에서 본 듯한, 그림 그리는 여자, 파리의 비,
아틀란틱 레코드, 프랑스 유대인, 무심, 깡마르고 키가 큰, 긴 손가락
수면의 과학, 의욕 없음, 상실 없는 상실, 읊조림, 낮은 공기, 하얀 고양이,
재미없는 여우, 말해본 적 없는, 오후 4시 31분, 저 편,  건조한 호수, 조용히

견디는, 증발된 질투…


압구정 골목을 걷다보면 한 옷 매장에 그녀가 담배를 물고 있는 사진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건 정말이지 샬롯 아니면 표현되지 않는 실루엣이다.

Premiere Of Golden Door At The 2007 Tribeca Film Festival

그녀가 대한민국에 살면 아마도 홍대에서 그림을 그릴 것만 같고 이나영이 중첩되기도 한다. 그녀를 보게된 건 <귀여운 반항아>란 영화를 통해서였다.

당찬 소녀로 유부남인 남자를 진지하게 사랑했던 소녀. 그게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다.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수면의 과학>에서 스테파니 캐릭터를 좋아한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아니겠지만 그녀와 스테파니는 많이 다르지 않을 것만 같다.


귀여운 반항아에서~

그렇다. 나는 오래전에 그녀를 봤다(그리고 그 뒤 오랫동안 상실했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텔레비전을 통해 봤나 비디오로 잘못 빌려서 봤나 가물가물하다. 중학교 때 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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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귀여운 반항아>, 원어로는 <ㅣ’Effrontee>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effronte는 불어로 ‘뻔뻔스러운’, ‘파렴치한’ 의 뜻을 지님)

이 영화를 보며 지금은 이런 강하고 당찬 소녀 캐릭터가 한국 영화에서도 자주 발견되지만 당시는 그런 캐릭터가 생소했기에 강렬하게 다가왔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소녀는 이미 소녀가 아닌 너무나 진지하고 솔직하고 당당했다.

그 슬픈 눈, 어린 나이에 대한 분노와 불만,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허망한 시선 등10대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예뻤다.

그녀는 이 영화로 세자르에서 상까지 받았는데, 주목할 만한 배우, 미래가 약속된 배우란수식이 붙는 상이었다. 나중에 그녀가 점점 유명해지며 그녀의 데뷔작을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을 남다른 자랑으로 삼았는데 알고 보니, 2년전인 1984년에 <Paroles et Musique>로 데뷔를 했단다. 거기서 카트린드 드뇌브의 딸로 나온다. 처음이 아니었던 거다. ㅜㅜ

그 해에는 아버지 세르쥬 갱스부르와 노래도 불렀다. 그녀에게는 1984년이 여러모로 중요한 해였다.(좀 닭살일 수도 있겠다. 아버지와 딸의 듀엣!!! 샬롯 포에버까지 외치는 코러스라니! 아버지가 딸을 아끼고 스타로 만들고 싶은 특별한 애정과 계략이 느껴진다)

1986년에는 <Charlotte for ever>란 앨범까지 내게 된다. 그것이 첫 앨범이 되겠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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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배우로서 유명해진 건 샬롯 브론테의 1847년 소설 <제인 에어>를 영화화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제인 에어>를 통해서였다. 국제적인 배우로 거듭난 것이다.

그 뒤로 꾸준히 고전과 현대문을 오갈 줄 알았지만 그녀는 상대적으로 고전 작품에서 얼굴을 그렇게 내밀지는 않았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필모그라피가 화려하지 않다. 그저 묵묵히, 화려하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해 낸다.

그녀는 영화로 스타가 되려는 배우라던가, 야망을 가진 배우라기 보다는 자신의 소신에 맞는 작업을 비교적 느슨한 자신의 흐름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인 거 같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전형적인 파리지엔느이다.

뭔가 심각하고 심오하며 상처 받기 쉽고 섬세하고 조용히 자신만의 일상을 누리고자 하는 여성


그녀는 노래한다.

패션지에서도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환영받는 스타인 그녀, 청바지 하나만으로도 남다른 자연스러움과 빈티지한 개성을 발휘하는 그녀는 연극 무대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한다. 한 번은 좀 아쉽긴 하지만 연극 무대에서도 모습을 선보였단다. 94년 몽파르나스의 한 극장에서 다비드 마메의 <올레아나  Oleanna>로 데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진지하게 주목하는 건 그녀가 싱어송라이터라는  이유 때문이다. 연기 외에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 온 그녀다. 86년 앨범 발매 이후에도 쉬지 않고? 활동했다. 출연한 영화 중 세 편에서 타이틀곡을 직접 노래했고 프랑스 듀오 IF의 음반에 참여했으며, 밥 딜런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각한 <아임 낫 데어>에서 ‘Just Like a Woman’를 그녀만의 스타일로 그윽하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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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행복한 결과물은 2006년에 발표한  두번째 앨범 <5: 55>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큰 히트를 거두웠다.

5: 55은 새벽의 시간을 말한다. 무엇을 끝내기에도 시작하기도 어려운 시간이라 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하기 직전의 경계의 시간.

프랑스에서는 칭찬 일색이었지만 영국에서는 특별한 개성을 찾지 못했다,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여전히 보인다며(아버지 세르쥬 갱스부르의 작품 색채와 비슷하고 어머니 제인 버킨의 음색을 닮았다는 말) 혹평을 받기도 했던 음반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다. 그녀만의 색채이지 아닌지, 부모와 자꾸 비교하는 건 편견으로 보인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음반 국내에서는 품절 상태다.이게 더 중요한 문제로 비춰진다.

이 앨범은 “Tel Que Tu Es”라는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노래했으며, 라디오 헤드의 프로듀서 Nigel Godrich가 참여해 신뢰와 기대를 더한다. 이 앨범에서 “Small Monsters”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그 다음은 “‘Beauty Mark” “TheOperation”. 듣다보면 서서히 녹아든다.

잔잔한 사운드에 묘하게 끌린다.화려하지 않지만 그녀의 투명함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그녀의 감성이 잘 녹아 있어, 그녀가 가깝게 느껴진다. 영화와는 다른 사적인 만남이다. 외신에 의하면 그녀가 3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Beck하고 작업하는 것이 포착됐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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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관련된 기대작들:

<안티 크라이스트> <고통 Persecution> <My Wife is An Actress>

올해 칸 영화제에서 열띤 논쟁의 한복판에 있던 작품은 단연 라스폰 트리에의 신작 <안티크라이스트>였다.

엄청 위험한 조합이다. 윌렘 데포와 라스폰 트리에 감독과 작업한 <안티 크리스트 Antichrist>이다. 비욕이 작업하고 다시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하게 만든 감독과의 작업이라니… 마치 김기덕과 이나영이 작업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불안이 다시 느껴지지만 트리에가 대가긴 대가고 김기덕도 이나영에게 함부로 못했듯이 이 작품도 다르게 다가올 거라 믿어보지만… 기대는 되지만 막상 볼 용기는 없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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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은 파트리스 쉐로의 신작 <고통 Persecution>이다. Persecution은 ‘박해’ ‘학대’란 뜻으로 이 역시 만만치 않게 강렬한 작품이 될 것이다. 그녀가 연기 변신을 하려나 보다. 이젠 강렬한 배우로 거듭나려나? 하지만 정말 기대가 되는 건 지난 작품이지만, 이반 아탈(남편 ㅜㅜ)과 그녀가 출연한 영화이다.

my wife is an actress

<My Wife is an Actress>(2001, 이반 아탈 감독)다. 또 한 번 닭살이다. 아버지가 그러다니 이제는 남편이 또 샬롯을 띄울려고? (그건 아니겠지. 근데 닭살이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작품이란다.

그녀와 그를 찍은 일종의 페이크 다큐(가짜 다큐)이다. 그녀와 그를 담는 듯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표현한 작품. 물론 진지하게 찍었단다. 영화 취향을 자극한다. 배우의 삶이 어떤지도 볼 수 있겠다. 암튼 샬롯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분명하기에 호기심이 생긴다.

수줍음이 많고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이런 작품은 특별히 더 소중하다.

P.S. 끝으로 이 포스팅을 마치며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우디 알렌이 더 늙기 전에 (스카렛 요한슨만 이뻐하지 말고) 그녀와도 작업했으면 한다. 또 미쉘 공드리하고는 맨날 작업했으면 하고 바랜다.


올해 그녀는 드뎌 칸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모습들이다. 힘겨운 영화(안티크라이스트)를 통과해낸 그녀의 여유와 행복이 느껴진다.

62nd Cannes Film Festival - Closing Ceremony62nd Cannes Film Festival - Antichrist Photocall Palm dOr Award Ceremony - Photocall - 2009 Cannes Film Festival62nd Cannes Film Festival - Antichrist Photocall

그녀도 칸의 여왕이 됐다.


마지막으로 <my wife is an actress>의 트레일러와 영화 <i’m not there>의 “just like a woman”을 소개해 본다.


파리지엔의 우수와 열정, 그리고 매혹과 건조함의 여인, 샬롯 갱스부르

내게 편견이 있다면 그녀는 왠지 봄보다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배우이자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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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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