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감독의 화법- 김명민과 하지원의 <내사랑 내곁에>

감 독 : 박진표
출 연 : 하지원(장례지도사, 이지수), 김명민(루게릭병 환자, 백종우)
공식사이트 : http://www.humanstory2009.co.kr
영화가 개봉하기 전 7월 15일에 압구정으로 촬영을 나왔었습니다. 어느 지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 촬영은 바로 위에있는 <내사랑 내곁에>의 포스터 촬영이었습니다. 사진은 김우영실장님의 지휘하에 이루어졌는데 촬영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앉아서 촬영 컨셉을 연구중인 김명민씨를 보았습니다. 검은 비니를 눌러쓰고 핼쓱해진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한눈에 못 알아볼 정도였습니다.
먼저 촬영을 진행하고 조금 있으니 하지원씨가 들어오더군요. 두 분다 사실 촬영중에 말씀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아직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질 못하셨는지 두분다 슬픔을 품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연기자는 연기자라고 포토그래퍼가 “울어봐!”라고 한마디 던지자 두분다 망설임없이 바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포스터 촬영은 특별한 이미지 컨셉보다는 두 연기자의 감성을 느낄수 있는 장면들로 촬영이 이루어졌습니다. 메인 포스터 보다는 사실 김명민씨가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가장 많이 촬영 했었죠. 전체 컷이 1600장이 넘는 샷을 찍어 노트북 하드가 반이상 가득 찰 정도였으니까요. 영화가 개봉전에 이렇게 김명민씨와 하지원씨를 만나고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껏 부풀었습니다. 하지만….영화를 본 후 영화의 기억보다는 두 배우만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1. 과연 감독은 이 이상의 연출은 할 수 없던 것일까?
내사랑 내곁에의 시나리오는 사실 평범하면 평범하다고 할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우리가 매주 접하는 인간극장이나 병원24시 같은 곳에서 볼수있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영화가 되고 다큐가 되는 것입니다. <내사랑 내곁에>는 감독의 연출이 신파극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기 힘들었다고 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최상이지만 이 두 배우의 연기를 어떤 흐름으로 또 어떤 맥락으로 이끌어가는가는 감독의 역할이니까요.
이전의 <너는 내 운명>과 <내사랑 내곁에>를 비교해 보자면 사실 두 영화의 차이점이 그리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두 영화 모두 배우의 열연이 있었고 뻔한 신파인줄 알면서도 눈물을 자아냈고 신파 그 이상의 감동은 없었던 영화 . 다만 <너는 내운명>이란 박진표 감독의 영화를 한번 접한 관람객들은 이번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거나 더한 감동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박진표 감독의 시나리오와 캐스팅은 정말 탁월하다고 할수 있지만 감독의 연출력에는 아직 모자람이 있다고 봅니다.
2.이 영화의 주연은 김명민인가?
사실 이 영화에 주연은 하지원이라고 봅니다. 주된 스토리를 김명민이 이끌어 갔지만 영화를 보고 드는 생각은 하지원이 연기한 이지수의 마음과 눈물이었습니다. 백종우역의 김명민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인 지수에 대한 감정들이 보는 관객들에게 더 와닿았다고 할까요?
왜냐하면 백종우의 아픔은 우리가 직접 느껴볼수 없이 그것을 연기한 연기자를 통해서 짐작할수 있지만 지수의 마음은 주변의 누군가 아팠을 때 한번쯤 비슷하게나마 겪어보았거나 주변을 통해서 볼수 있다는 점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지켜보는 3자의 입장이란 것이 관객의 입장과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지수가 나같다는 감정이입이 조금이나마 되었습니다. 그만큼 백종우역의 김명민씨의 연기가 실감나고 감정을 끄집어 내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지수가 종우보다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화자의 역할로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3.김명민의 체중감량은 홍보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사실 영화전 부터 김명민씨의 체중 감량에 대한 것이 이슈가 되어 영화의 기대감을 증폭시켰었습니다. 그의 체중 감량이 머니시스트의 크리스찬 베일과 비교되고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방영되어 그의 연기를 보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시켰지요. 결과적으로 그의 체중 감량은 영화의 상당한 홍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슈화되다 보니 영화를 보기전 그의 앙상한 몸에 눈이 먼저 들어오고 영화 전체에 시선이 잘 안가더군요.
그의 체중감량은 영화에 꼭 필요한 것이였지만 과도한 홍보로 인해 오히려 빛을 잃은 것이지요. 이정도까지의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그의 연기에 더 힘이 실리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량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감량까지 해서 배역에 빠져드는 배우의 멋진 연기가 중요했으니까요. 그 부분에서 김명민씨는 루게릭환자인 백종우를 충분히 살렸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그의 작은 움직임과 호흡까지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었으니까요.
4. 6인실병동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전체의 몰입도를 반감시키다.
이 영화의 조연들의 연기가 참 인상깊습니다. 특히 주옥연역의 남능미씨는 베테랑 연기자 답게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의 마음과 감정을 정말 잘 전해주었는데 특히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같이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고 브아걸의 가인씨의 진희역이 백종우의 바로 옆자리라서 자주 보이고 상당부분의 이야기를 차지하는데 말투며 연기가 첫연기지만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감초 조연 연기의 임하룡씨와 삭발을 하고 나오신 임성민씨까지 다들 조연의 이야기와 연기 하나하나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주 스토리가 백종우와 이지수의 이야기인데 6인실 병동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두 배우의 몰입을 방해한 점은 분명합니다. 각각의 스토리가 아닌 백종우와 이지수에 중심이 맞춰진 조연의 스토리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6명을 다 조명할 것 까진 없기도 했고요. 남능미씨와 가인, 임성민씨가 감정적으로 가장 와닿더군요.
김명민, 하지원 이 두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중심점이고 이 둘의 연기를 빛나게 한 감독도 훌륭하지만 영화는 보는 관객들에게 영화전체의 감동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편의 영화를 보고 이 영화의 배우들의 연기에 더 큰 감동을 얻는 것이 바르지 않을까요? 이제는 두 배우의 영화는 연기에 대한 것은 믿고 봐도 될것 같습니다. 다만 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만 잘 버무려질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고 뻔한 내용이지만 떨어지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곧바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한 <씨 인사이드-The Sea inside>를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차이가 있습니다. 병이 가진 가혹한 절망의 순간들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하는 순간이 주는 고통을 그린 작품(<내 사랑 내곁에>)과 안락사(죽음의 선택)라는 사회적이며 동시에 종교적인 문제를 그린, 라몬 삼페드로란 스페인 남자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씨 인사이드>)이라 얼핏보면 전혀 다른 영화 같습니다. (사실 촬영시 안중에 씨인사이드의 포스터가 사용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본질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은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약속이나 한듯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옵니다.
주인공 라몬 삼페드로(하비에르 바르뎀)는 26년 전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던 바다 때문에, 푸른 파도 때문에 전신마비자가 됩니다.햇살이 눈부시던 어느 날, 바다에 다이빙을 한 젊은이는 의식을 잃고 맙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진표 감독의 <내사랑 내곁에>가 실화(실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단지 관객과 뜨겁게 만나기 위해 선택된 소재라면 내용의 무게에 눌리지 말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단순한 내러티브(이건 결코 단점이 아닙니다)를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 것인가에 주목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를 오히려 반대로 감독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해 보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기대로 극장을 들어서지 않았을까요? 영화에서 백종우와 이지수는 특별히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예상한 화법입니다.
종우가 병들어가고 죽어가는 것이 ‘지옥’이라고 말하는 것을 관객들이 기대했다고 저는 상상하지 않습니다. 보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연인과 행복하게, 가족과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볼 거라고 판단하는 건 너무나 단순한 차원의 접근입니다.
오히려 불편해 하는 사람이 꽤 될지 모릅니다. 주변에 그렇게 죽어갔던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 있었던 분이라면 병명이 다르다 하더라도 영화가 불편했을 것입니다. 극장에서 굳이 이런 순간을 체험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사랑 내곁에>는 분명 운명적인 사랑으로 영화적 가치를 드러내지만 그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싱거운 감정의 전개 과정을 보여줍니다.
반면 <씨 인사이드>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개인의 내면과 사랑 속에서 찾고 있기에 우선 불편하지 않고, 그 다음으로는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덤덤하게 인물을 응시하면서 작품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관객들 스스로가 그 인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하죠.
물론 라몬 삼페드로처럼 거의 철학자나 고행자에 가깝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라면 죽음을 다른 차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와 철학마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라몬 삼페드로 그렇게 죽음으로 다가가고 생의 마지막을 여인과의 사랑으로 불태움으로써, 그리고 그 여인에게 자신의 죽음을 부탁함으로써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절망을 드러냅니다.
“죽음은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 라는 카피를 당당히 외칠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얼마나 슬픈 말입니까.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두려움과 절망입니다. 두렵기 때문에 더 빨리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라 여겨집니다.
<씨 인사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뽑으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묘사할 풍경이 있습니다. 그가 침대에서 편안하게 그냥 일어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창문 너머로 날아갑니다. 저 먼 들판을 지나,언덕을 지나, 협곡을 지나, 푸른 바다로 날아가는 장면입니다. 침대에서 언제나 쿨한 척하는 그였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해 보인 그였지만 홀로 남겨져 힘겹게 잠이 들면 이런 꿈을 꾸며 살아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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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인사이드는 아직 감상전인데 이번 기회에 한번 감상해야겠네요. 내 사랑 내 곁에 표면적으로 죽어가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 딱 거기에서 떨어지는 눈물 이상의 감정을 뽑아내지 못한 영화인것 같습니다. 김명민과 하지원의 갈등과 풀이도 너무 허술했던 것 같구요. 시작하고 나서의 장례식장에서의 리듬은 나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어쨋건 아쉬운 구석이 많은 영화였어요.
씨인사이드 꼭 보세요. 저는 단순히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탔다고 보게 되었는데요. 보면서 저 배우가 < 하몽하몽>에 나온 단순한 욕망 덩어리에 마초 배우 맞아,하고 감탄을 연발했죠. 그 뒤로는 대가들과만 작업할 정도로 성장해 버렸죠. 특히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캐릭터는 숨쉴 여유마저 빼앗아 버리죠.
그렇죠 딱 그말씀이 맞는것 같아요. 아쉬운 영화…
감독보다는 배우들이 얻는 것이 더 많았을 영화인 것 같아요. 두 배우의 다음 영화가 기대가 되는군요. 좋은 작품을 골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