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오전, 복도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복도를 가로지르던 선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혓바닥이 있던 자리에는 검붉은 반점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누가 처리를 했는지 몰라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흔적이었다. 어떻게 된 사태인지 알고 싶어 반점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909호에 초인종을 눌렀다. 젊은 여자가 고무장갑을 낀 채 모습을 드러냈다. 피부색을 보니 한국 여자가 아니었다. 베트남이나 태국 쪽이었다.
“저 아주머니! 혹시요, 그러니까 이 앞에 떨어져 있었던 거 아침에 치우셨어요?” 나는 손가락으로 혓바닥이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손으로 청소하는 시늉을 해가며 그 흔적을 지웠냐고 물어보았다. 여자는 무슨 말인지 여전히 감을 못 잡았다.
“블러드. 블러드. 유 쏘우 블러드 스팟? 유 노우 블러드? 피?”
“리여우 콰.”
“예? 피요 피요. 아시죠?”
“카오 짜이이 크랍. 리여우 콰”
여자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보세요, 아주머니! 한국 살면 한국어 좀 배우세요.”
“컷 톳 크랍. 리여우 콰.”
말도 안 통하는 동남아 여자에게서 무엇을 바라리요.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전날 받은 불쾌한 인상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피의 전모에 대해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됐다고 말하고, 이번에는 908호 초인종을 눌렀다.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게 나고 인기척은 없었다. 마침 그때 910호에서 할머니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왔다. 불행히도 귀가 잘 안 들리는 노파였다. 아쉬운 대로 길을 막아섰다. 노파는 위 아래로 천천히 눈을 굴려 젊은 여자의 몸 전체를 스캔했다.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바닥의 혈흔을 가리키며 흔적에 대해 아느냐고 소리쳤다. 굳이 피가 묻었단 말은 하지 않았다. 노인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상대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그 염소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 염소를 버려. 망할 년! 내가 그 염소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뒈질 년!”
복도 끝에 있는 911호까지는 가지 않았다. 새로 이사 온 남자에게까지 이상한 여자로 취급받고 싶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