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끝집 ①: 신의 궁전
그에게 벚꽃의 추락은 계절의 일시적인 발작이었다. 발작에서 해방시키는 길은 그 꽃을 밟는 일로 족했다. 육체가 부유할 것 같은 그날 아침, 벚꽃은 눈송이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다.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이삿짐 트럭 운전사의 운전 미숙이 문제를 일으켰다(그는 운전자를 멍청한 인간으로 치부했다).
주차된 카니발 주인과의 15분가량의 실랑이가 있은 후 짐이 옮겨졌다. 다행히 피아노는 안전했다. 운반 도중 두세 번 덜컥거리기는 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짐을 다 옮긴 후 그는 잔금을 치루고 꽃을 주문했다. 이사 중에 발견한 근처 꽃집에 라벤더를 주문했다. 신의 궁전.
그는 집이 맘에 들지 않았다. 짐을 풀지 않고 거실을 빙빙 돌았는데 무리에서 이탈한 쓸쓸한 늑대처럼 빛과 어두움 사이를 오갔다.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햇살로 경계가 나뉜 상태였다. 초조한지 손톱을 깨물기도 했다. 한동안 거실을 배회하다가 회색 의자에 다가가 앉았다. 무릎 위에 백과사전을 올려놓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혐오와 한 남자에 대한 그리움을 적었다. 그리움에 빠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편지가 마무리 될 무렵 꽃이 배달됐다. 라벤더 향기를 폐 깊숙히 들이마시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손을 뻗어 피아노의 곡선을 어루만지다가 뒤 뚜껑을 열고 버팀봉을 받쳤다. 그에게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편지에 입을 맞추고 피아노의 어두운 프레임 안으로 라벤더와 편지를 집어넣었다. 직접 연주를 하는 대신 오디오와 스피커를 상자에서 꺼내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하는 쇼팽의 마주르카를 플레이시켰다. 그는 눈을 감고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