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버스
예전에는 내가 탈 버스가 만원이 돼 지친 짐승처럼 정차하면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절대로 저 속에는 끼지 않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텅빈 차가 온다.’
주문을 걸었다.
그러면 어김 없이 몇 분 후, 나만의 자리마저 한 자리 남겨둔 버스가 미끄러지며 도착한다.
그 버스는 마치 전 정거장에서 강도에게 탑승자들을 털린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암튼 가볍고 경쾌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
만원 버스로 온 첫번째 버스를 마지못해 보내고 나면
‘제길’
버스는 올 생각을 않고, 그 사이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어 발을 동동거리고 조바심을 낸다.
그리고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를 쯤 저 멀리서 거대한 코끼리 같은 버스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도착한다.
나는 그 코끼리에게 잡아 먹힌다. 누군가 나를 밀어 넣는다. 또 그 안에서 누군가 나를 종이처럼 구기는 것만 같다.
창밖 풍경으로 박카스와 로또 광고가 보인다.
이것이 지금의 내 심리 상태인 거 같다.
그리고 어쩌면 20대의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자세와
30대의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태도 같기도 하다.
암튼 지금은 버스와 인간 모두를 믿을 수 없다.
해법:
루는 언젠가 버스정류장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나중에 곰곰 생각해 보니 일종의 해법 같다.
가까스로 버스를 놓쳐 허탈해지면 담배를 꺼내라.
어차피 늦을 버스, 담배라도 피며 한 타임 숨도 돌리고 쉬어가자.
그렇게 맘 먹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 어김 없이 타려는 버스가 도착한단다.
모양 안나게 급하게 담배를 쪽 빨고 바닥에 비벼 끄고 발걸음 재촉한다.
그날도 시킨 대로 해보니 담배 좀 피울 만 하니까 버스가 왔다. 오호라~
그의 징크스가 통했다. 징크스도 쓸만하다. 활용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효과 100%라 해도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의 풍경을 바꿔 놓치는 못한다.
오늘은 오후 예배를 드리고 교회 벤치에서 어머니와 자판기 (일반)커피에 오징어를 열심히 씹었다.
날이 추워 긴 팔 와이셔츠로 옷을 갈아입고, 을지로 리브로 서점에서 에스콰이어 10월호와 씨네 21을 샀다.
일년에 두 번 정도 패션지를 산다. (봄과 여름, 혹은 봄과 가을)
소문에서 들은 바대로 기사 내용 알차다는 W를 사려고 했으나, 사은품 노트에 눈이 멀어
에스콰이어를 샀다. 결과는 후회막심이다. 차라리 맥심(Maxim)을 살 걸 그랬나 할 정도.
씨네21은 정성일 감독(변신이다!!!)의 인터뷰가 있어 사게 됐다. 눈이 번쩍했다. (보너스로 부산영화제 책자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일요일이 허락 없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