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대한 기억

seha-019


“어둠이 그대를 괴롭게 하지 말라

달이 잠을 자고 있어도

밤의 별은 그대에게 빛을 내리리니”


시인 로버트 헤릭

1

고등학교 때 시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작당해 무주 여름 여행을 떠났더랬지요.
한 친구의 고향이 무주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머니가 농사를 짓던 집.
꼬불꼬불 고지를 올라 버스는 저녁이 다 돼서야 도착해
산골짜기 동네로  가는 버스는 끊기고 말았습니다.
다들 크게 심호흡 하고 어둔 밤길을 걸었습니다.
겁은 유난히 많았지만 꿈은 드높았던 십대 소년들
그때 달빛에 의지해 한  시간이 넘게 길을 걸었습니다.
대장인 친구가 앞장을 서고 그의 뒤를 한 명씩 한명씩 뒤따랐습니다.
무엇이 무서웠는지, 아니면 심심했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례대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밤새 모닥불을 피워 놓고 시를 읽고 첫사랑을 추궁했던 추억들.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리고 말았던 그 여름의 나날들
맛없는 냉면을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들이켰던 어린 시절
지금 그 친구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요?


2

고대 로마 사람들은 새벽 3시 전후를 ‘인템페스타 imtempesta’라 불렀지요.
그 뜻은 ‘시간이 없는 시간’
시인 성기완은 ‘홍대 앞 새벽 세 시’ 란 책을 써내기도 했지요.

셰익스피어가  ‘순수한 생각은 죽어 고요한’ 시간이라 했던…

posted by 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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